달력

4

« 2024/4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천재를 꿈꾸며 고뇌하는 젊음에게 - 괴테 원작/두행숙 평역, 풀빛미디어

본제는 흔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라고 알려져 있는데, 본 역자는 슬픔 대신 고뇌라는 이름을 붙였으며 이유는 모르지만 책 제목은 한 단계 나아간 이름이다. 이 책은 정말 우연히도 아버지께서 나에게 선사하신 책이다. 아버지께서는 이것을 등산중에 우연히 주워오셨다! 아무튼 간에 '천재'라는 단어를 유달리 좋아하는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고, 게다가 대문호 괴테의 작품이라니까 더욱 더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본 책은 괴테가 25세 무명시절 본인을 소설의 주인공으로 투영시킴과 동시에 주변에 일어난 충격적인 자살사건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4주만에 집필한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은 그 당시 독일에서 비극적인 내용, 특히 자살이라는 소재를 함유하였다 해서 사회적 충격을 안겨주었으며 당연히 그 당시에 주된 논쟁거리가 되었다고 한다(그 이전까지 독일에서 소설은 항상 긍정적이며 교훈적인 결말만을 다루었다).

그리고 철학적으로는 그 당시에 태동하는 모방을 뛰어넘는 창조를 뜻하는 천재사상을 다루는 소설로 이러한 괴테의 사상은 문학작품에 반영되어 독일의 창조정신을 일깨워 주는 데 크게 기여하며 많은 천재와 영웅을 낳았다.

그러나 이러한 철학적 논의를 배제한다손 치더라도, 소설 자체는 매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당시로서는 참신한 서간체의 형식을 빌려, 주인공 베르테르가 빌헬름에게 보내는 편지를 이용하여 소설이 진행되며, 주된 내용은 한 귀족 지식인이 조용한 마을에 내려와 자연을 느끼고 서민들의 숨결을 느끼며 지내다가 이미 약혼한 남자가 있는 로테라는 여인에게 사랑에 빠져 고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자체만으로 참지 못하는 열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행동과 논리는 소설의 외적 요인(사회적 상황등)을 빼더라도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많다.

저자 괴테는 젊은 날 자신이 느낀 사상과 고뇌를 베르테르에게 투영시키고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하도로 소설을 씀으로써 자신의 고뇌를 배출해낸 것이다.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아니지만,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어 여기에 적는다.

"나쁜 기분이란 나태함과 같은 것입니다. 그것은 일종의 태만이니까요 우리들의 기질은 그렇게 되기 쉽지요. 그러나 일단 자신에게 경고할 힘이 생기면 다시 새롭게 일이 손에 잡히고 그러다 보면 진정으로 기쁨을 느끼게 됩니다."

본 책 맨 뒤에는 소설에 대한 해설이 들어있는데,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천재정신이다. 특히 괴테가 말하는 천재는 "행동을 통해서 스스로 법과 규칙을 부여하는 인간의 힘"이다. 이 당시 태동하던 천재사상은 창조가 모방을 통하여만 한다는 사상에서 벗어나려 하는 움직임, 즉 창조는 신만이 가진 유일한 권리이며 인간은 모방을 할 뿐이라는 생각과 반대로 움직인다. '영감 받다' 라는 표현처럼 독창성이 신으로부터 내려받는다는 느낌 대신, 인간이 신처럼 자유롭게 '창조한다'하는 느낌에 가까워 자연히 신의 뜻에는 거스르는 성향을 띤다.

이러한 천재정신에 대한 글을 읽다 보니, 진정한 천재정신을 갖추기엔 나는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정신을 갖추려면 끊임없이 현 세계에 대해 의문을 품고 고뇌해야 하며, 현재 존재하지 않는 세계의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 실제 천재정신의 영향을 받은 독일의 베토벤은 평생 가난을 견뎌내며 결혼조차 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것을 쏟아내기에 바빴다.

그러나 천재에 대한 나의 지향은 아직 멈추고 싶지 않다. 아직은 현실세계에 충실하면서도 새로운 세계를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나의 믿음은... 해답은 더 살아봐야 알 것 같다.

:
Posted by Kwang-sung Jun